전세계약 전 집주인 세금 체납도 확인해야 할까? 등기부에 안 나오는 국세·지방세 확인 순서
전셋집을 계약하기 전에 등기부등본을 확인했는데 근저당권도 많지 않고 압류나 가압류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면 안전한 집이라고 판단해도 될까요?
저는 여기에서 한 가지를 더 확인해 보라고 이야기합니다.
집주인의 세금 체납입니다.
등기부는 전세계약에서 가장 중요한 확인자료 중 하나지만 등기부만으로 임대인의 모든 미납 세금을 알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전세보증금은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수억 원이 움직이기 때문에
등기부 확인 → 임대인 확인 → 세금 체납 확인 → 잔금 전 재확인
까지 하나의 과정으로 보는 것이 좋습니다.
1. 등기부가 깨끗해도 세금 문제는 따로 확인합니다
전세계약을 할 때 많은 분이 등기부 을구의 근저당권부터 봅니다.
맞는 순서입니다.
근저당권이 얼마나 설정되어 있는지 확인하고 주택가격과 전세보증금을 비교해 보증금 회수 가능성을 판단해야 합니다.
갑구에서는 압류, 가압류, 소유권 관련 사항도 살펴봅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끝내면 안 됩니다.
임대인의 미납 국세나 지방세는 등기부만 확인해서는 충분히 파악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세입자를 위해 별도로 임대인의 미납국세와 미납지방세를 열람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2. 계약하기 전에도 집주인 동의를 받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직 전세계약서를 작성하기 전이라고 해보겠습니다.
“계약하기 전에 집주인 세금 체납 여부부터 확인하고 싶어요.”
이렇게 요청할 수 있습니다.
현행 국세징수법에서는 주택이나 상가를 임차하려는 사람이 임대차계약 전에도 임대인의 동의를 받아 미납국세 등의 열람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지방세도 비슷한 열람제도가 운영됩니다.
따라서 보증금이 큰 집이나 권리관계가 조금이라도 불안한 집이라면 계약서를 쓰기 전에 임대인에게
“국세와 지방세 미납 여부도 확인하고 계약하겠습니다.”
라고 요청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집주인에게 이런 확인을 요청하는 것 자체를 이상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전세계약에서는 보증금을 안전하게 반환받을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3. 계약을 이미 했다면 일정 조건에서 집주인 동의 없이도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변화가 하나 있습니다.
과거에는 임대인의 동의가 없으면 세입자가 세금 체납을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습니다.
현재는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계약을 체결한 뒤 임대인의 별도 동의 없이도 미납세금 열람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국세의 경우 임대차계약에 따른 보증금이 1천만 원을 초과하는 임차인은 계약 체결 후 임대차기간이 시작되는 날까지 임대인의 동의 없이 미납국세 등의 열람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지방세 역시 보증금이 1천만 원을 초과하는 경우 임대차기간이 시작되는 날까지 임대인의 동의 없이 미납지방세 열람을 신청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
즉,
“집주인이 동의 안 해주면 세금 체납은 아예 확인할 방법이 없다.”
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4. 다만 ‘계약하고 아무 때나’ 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 부분을 놓치면 안 됩니다.
동의 없이 열람할 수 있다고 해서 계약기간 중 아무 때나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현재 제도에서는 임대차기간이 시작되는 날까지 열람할 수 있도록 기간을 정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계약일 8월 1일
잔금 및 입주일 9월 1일
이라면 계약을 체결한 뒤 입주일 전까지 확인하는 식입니다.
그래서 저는 세금 체납 확인을
“나중에 시간 나면 해야지.”
라고 미루기보다 계약 직후부터 잔금 전 확인사항에 포함해 두는 편을 권합니다.
5. 국세는 꼭 임대주택 관할 세무서만 가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예전 정보를 보고
“그 집 주소를 관할하는 세무서까지 가야 하나요?”
라고 묻는 경우가 있습니다.
현행 국세징수법에서는 임차할 건물 소재지 관할 세무서장에게 신청할 수 있고, 관할 세무서가 아닌 다른 세무서에도 신청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국세 열람을 신청할 때는 상황에 따라 신분증이나 임대차계약 체결 사실을 증명하는 서류 등이 필요합니다.
특히 임대인의 동의 없이 신청하는 경우에는 임대차계약서 사본 등 계약 체결 사실을 확인할 자료가 필요합니다.
실제 방문 전에는 해당 기관에 준비서류를 한 번 확인하고 가는 것이 좋습니다.
6. 몰래 확인되는 제도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집주인 동의 없이 확인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그러면 집주인은 전혀 모르는 건가요?”
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는 않습니다.
임대인의 동의 없이 미납국세를 열람한 경우에는 열람 사실이 임대인에게 통지됩니다. 공식 신청서에도 이 내용이 안내되어 있습니다.
지방세 역시 동의 없이 열람한 경우 열람신청을 접수한 지방자치단체에서 임대인에게 그 사실을 통지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제도는 집주인 몰래 신용정보를 조회하는 개념이라기보다 임차인의 보증금 보호를 위해 법에서 마련한 확인절차라고 이해하는 것이 맞습니다.
7. 세금이 조금 있다고 무조건 계약을 포기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여기서 또 하나 주의할 부분이 있습니다.
미납세금이 확인됐다고 해서
“세금 1원이라도 있으면 무조건 위험한 집이다.”
라고 판단하는 것도 지나칩니다.
확인해야 할 것은 금액과 상황입니다.
예를 들어
주택 시세는 얼마인지
선순위 근저당권은 얼마인지
내 전세보증금은 얼마인지
임대인의 미납세금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
압류나 경매 가능성을 의심할 만한 다른 사정이 있는지
등을 함께 봐야 합니다.
반대로 미납세금 규모가 크다면
“집값은 충분하니까 괜찮겠지.”
라고 가볍게 넘어가는 것도 피해야 합니다.
전세계약의 안전성은 한 가지 숫자가 아니라 여러 권리와 채무를 함께 놓고 판단해야 합니다.
8. ‘납세증명서’와 ‘미납세금 열람’을 같은 것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계약 현장에서 집주인이
“저 세금 문제 없어요. 납세증명서 보여드릴게요.”
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임대인이 직접 발급한 납세 관련 서류를 확인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다만 세금 관련 서류마다 확인할 수 있는 내용과 기준시점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서류 이름만 보고
“이것 하나면 모든 세금 위험이 확인됐다.”
라고 판단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보증금이 큰 계약이라면 현재 등기사항과 임대인의 국세·지방세 상태를 각각 확인한다는 개념으로 접근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9. 계약서에는 세금 관련 특약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저는 보증금 규모가 큰 계약이거나 임차인이 특별히 세금 문제를 걱정하는 경우라면 계약 과정에서 세금과 관련된 내용을 명확하게 정리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봅니다.
예를 들면 계약 체결 당시 임대인이 알고 있는 중대한 체납사실을 알리고, 계약 이후 잔금 전까지 임차인의 보증금 회수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새로운 권리관계를 만들지 않는다는 취지 등을 계약 상황에 맞게 검토할 수 있습니다.
다만 특약은 아무 문구나 복사해서 넣는다고 안전해지는 것이 아닙니다.
실제 임대인의 세금 상태와 등기사항을 직접 확인하는 절차를 특약 하나로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계약서 문구보다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사실관계입니다.
10. 잔금일에는 등기부도 다시 봅니다
세금 체납을 확인했다고 해서 잔금일까지 아무것도 확인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닙니다.
계약일과 잔금일 사이에는 시간이 있습니다.
그 사이에 새로운 근저당권이 설정되거나 압류나 가압류 등 권리관계가 바뀔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잔금 당일에는 다시 등기사항을 확인합니다.
저는 전세계약의 확인자료를 서로 대체하는 것으로 보지 않습니다.
등기부는 등기부대로 보고,
세금은 세금대로 확인하고,
대출과 반환보증도 별도로 확인하는 방식
이 더 안전합니다.
11. 실제 계약에서는 이 순서로 확인하면 됩니다
전셋집의 세금 위험까지 확인한다면 다음 순서가 가장 이해하기 쉽습니다.
첫째, 주택의 시세를 확인합니다.
보증금과 비교할 기준이 필요합니다.
둘째, 등기사항증명서를 확인합니다.
소유자, 근저당권, 압류·가압류 등 권리관계를 봅니다.
셋째, 계약 상대방이 실제 소유자인지 확인합니다.
등기부와 신분증을 비교합니다.
넷째, 임대인의 국세와 지방세 미납 여부를 확인합니다.
필요하다면 계약 전 임대인의 협조를 요청합니다.
다섯째, 이미 계약했고 보증금이 1천만 원을 초과한다면 동의 없는 열람제도도 확인합니다.
다만 임대차기간이 시작되기 전에 처리합니다.
여섯째, 선순위 채권과 내 보증금을 함께 계산해 봅니다.
한 가지 자료만 보고 안전 여부를 판단하지 않습니다.
일곱째, 잔금일에 등기사항을 다시 확인합니다.
계약 이후 새로운 권리가 생기지 않았는지 봅니다.
등기부가 깨끗하다는 말에서 확인을 끝내지 마세요
전세계약에서 등기부등본은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하지만
“근저당이 없으니까 안전합니다.”
라는 한마디로 계약 판단을 끝내는 것은 부족합니다.
임대인의 세금 문제처럼 등기부만으로 충분히 확인하기 어려운 위험도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수억 원의 전세보증금을 지급하는 계약이라면
집값 확인 → 등기부 확인 → 임대인 확인 → 미납 국세·지방세 확인 → 잔금일 재확인
순서까지 챙겨보는 것이 좋습니다.
부동산 계약에서는 문제가 생긴 다음 해결방법을 찾는 것보다 계약하기 전에 확인할 수 있는 것을 하나라도 더 확인하는 것이 훨씬 쉽습니다.
전셋집을 볼 때 방의 크기와 채광만 확인하지 말고, 계약서를 쓰기 전 집주인의 보증금 반환 능력과 숨어 있는 위험까지 확인하는 습관을 가져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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